순천 조계산(884.3m)

심신을 푸근히 감싸 안은 순천의 壯山

대찰 선암사, 송광사와 보리밥집 잇는 동서 횡단로가 인기

 

   조계산은 전형적인 토산(土山)이다. 산중에 수림을 뚫고 솟아오른 바위라고는 상봉인 장군봉 남쪽의 배바위나 꼽을까, 그외 조계산의 어디건 불끈히 바위를 드러낸 곳은 찾아보기 어려운 여성적인 산인다.

   그러므로 조계산은 조망을 특히 중요시하는 근래의 등산 풍조에 비추어보면 산행대상지로서 높은 점수를 얻기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계산의 인기는 제법 이름난 바위산들을 외려 압도하는 수준이다. 순천시청 관광계에 따르면 조계산은 연간 50~60만 명, 작년의 경우는 순천시의 적극적인 홍보에 힘입어 98만 명이나 되는 탐방객이 찾아들었다. 면적이 28㎢에 불과한 도립공원이지만, 그 5~6배가 넘는 치악산 43만 명, 월악산 54만 명, 소백산 29만 명 등 어지간한 국립공원보다도 탐방객 수가 더 많다. 평일에도 이 산의 주된 등산로에서는 심심찮게 많은 등산객들을 만날 수 있다.

   이와 같은 의외의 인기는 역시 지리산과 흡사한, 토산 특유의 웅장하고도 푸근한 멋에 기인하는 것이다. 사실 한국인은 금강산이나 설악산 같이 도도히 고개를 쳐든 미인형의 산들도 탐해왔지만, 푸근히 품을 연 토산인 지리산이며 조계산 등에도 사랑을 주어왔다. 외관이 빼어난 바위산보다 편안히 엎드린 듯한 토산 기슭에 월등히 많은 민가며 사암이 깃들어 있는 데에서 기실 조강지처형인 후자쪽에 한결 깊이 마음을 주어 왔음을 알 수 있다.

   조계산이란 산명은 한국 불교의 최대 종파인 조계종의 그 조계와 한자 표기와 의미가 같다. 조계란 원래 중국 선종의 제6조 혜능의 별호로서, 고려 때 보조국사 지눌이 이 산에 돈오점수, 곧 문득 깨달은 후 점차 세속의 습을 제거해 나간다는 수행법을 따르는 수선사를 열면서 산이름이 송광산에서 조계산이 되었다고 한다. 그 후 조계종은 16국사를 배출하면서 크게 흥성, 불교계의 중심적인 종파가 되었으며, 그 중심적 역할을 한 사찰이 송광사였다. 때문에 송광사를 일러 승보사찰이라 하는 것이다.

   조계산은 도한 한국 불교의 다른 한 맥인 천태종의 남방 중심사찰로 크게 일으켜진 선암사가 있다. 신라 경문왕 때 도선국사가 이곳에 대가람을 일으켜 선암사라 이름하고 호남의 3암사중 수찰을 삼았다고 하며, 그후 고려 때 대각국사 의천이 천태종을 개창한 이후 이 조계산 선암사를 천태종의 남방 중심사찰로 크게 중창했다고 한다. 그러므로 한국 불교의 양대 맥이 이 조계산을 통해 면면히 흐르고 있다 할 것이다.

   조계산은 양쪽 옆에 2개의 아름다운 인공호인 상사호와 주암호가 생겨나는 한편 최근에는 늘 이 산과 연계되었던 낙안읍성에 온천장이 생기며 한결 많은 관광객이 찾아들고 있다. 등산로 즐기고 온천욕과 호수 드라이브도 겸할 수 있는 관광지로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조계산 등산로의 4대 중심

   동서 대찰과 정상, 보리밥집

   조계산 등산로 또한 조계산 주능선 동서 양쪽에 각각 자리한 선암사와 송광사를 2대 기점으로 삼고 있다. 이 두 사찰에서 시작된 등산로는 방사상으로 뻗어 호남정맥 줄기를 이루는 장군봉~깃대봉간 남북 주능선에서 서로 만난다. 조계산행은 이들 등산로를 조합, 동서 횡단하거나 원점회귀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중 가장 왕래가 잦은 것은 선암사~선암사굴목재~송광굴목재~송광사로 이어지는 동서 횡단로다. 최고봉을 장군봉을 지나지 않은 이 '변두리 횡단 코스'의 인기가 최고인 것은 역시 이 산을 찾는 이들의 성향 때문이다.

   급경사 길에서의 긴장감이나 숨가쁨 등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애동초 이 조계산은 관심 대상이 되기 어렵다. 담소하며 쉬엄쉬엄 산보하듯 오르노라면 어느새 고갯마루이고, 조금 숨이 가빠질라치면 사방이 탁 트이는 산정에 이르는 그런 두루뭉실한 산이 조계산이며, 또 그런 줄 알고 이 산을 찾는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그런 특징이 가장 뚜렷한 변두리 횡단코스의 인기가 가장 높은 것이다.

   남쪽 외곽으로 경사가 낮은 고개 두 개만 슬쩍 넘으면 되고, 양쪽에 사계절 두고 풍치가 달라지는 대찰이 있다는 점 외, 이 동서 변두리 횡단 코스가 인기인 데는 중간의 보리밥집의 존재를 거론치 않을 수 없다. 선암사굴목재와 송광굴목재 사이의 아늑한 장박골 가에 자리잡은 보리밥집에서 보리밥 한 그릇 먹고 가볍게 낮잠도 한숨 즐기는 맛이란 비길 데 없는 것이어서, 평일에도 이 동서 횡단로는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정상과 더불어 보리밥집이 산행의 정점이 되고 있는 유일한 산이 바로 조계산이다.

   처음 조계산을 찾는 이라면 어찌 정상을 버릴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양쪽의 대찰과 보리밥집, 그리고 정상까지 엮은 동서 횡단이 최고의 산행로라 할 수 있다. 이번 취재시 두루 답사해본 결과 계곡길로는 연산봉 사거리로 이어지는 피아골이, 능선으로는 역시 호남정맥 줄기를 이루며 매바위라는 멋진 조망처를 가진 장군봉 남북능선, 그리고 산비탈을 가로지르는 호젓한 산길로는 작은굴목재~비로암~대각암 길이 최고였다.

   그러므로 선암사~선암사굴목재~보리밥집~배바위~장군봉(정상)~장박골 삼거리~연산봉 사거리~피아골~송광사, 그리고ㅓ 송광사~홍골~송광사굴목재~보리밥집~선암사굴목재~작은굴목재~정상~비로암~대각암~선암사 코스가 자연스레 발길을 이어주는 한편 볼 것 다 보는 동서횡단로로 권하고 싶다.

   순천시민들이 조계산 동서 횡단을 즐길 수 있는 것은 양쪽의 2대 등산로 기점인 송광사와 선암사로 이어지는 버스편이 잦다는 점이다. 순천시민이라면 이렇듯 어느 쪽으로 넘든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순천시에서 송광사까지는 47km로 1시간, 선암사까지는 27km로 30분쯤 걸리므로 외지인으로선 순천시에 일부러 차를 두고 오가기도 뭣하다. 그러므로 동서 횡단을 꼭 해야 하겠다면 택시를 이용, 차를 둔 곳으로 돌아가는 방법을 쓰도록 한다. 송광사에서는 주암택시(061-754-7766, 2000, 4500), 선암사에서는 승주택시(061-754-5037)를 부른다.

   우정 택시까지 대절내서 돌아가는 방식의 산행을 하고 싶지 않다면 원점회귀형 산행로를 택한다. 사실 조계산의 여러 등산로는 조금 과장해 말하면 능선길, 계곡길 단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을 정도로 비슷하다. 다시 말해, 한 가닥의 능선과 한 가닥의 계곡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선암사나 송광사 어느 한쪽을 기점 삼은 원점회귀형 산행을 한 뒤 차를 몰고 돌아가 다른 절을 보면 된다.

   원점회귀형으로 엮을 경우 선암사 기점이면 선암사~대각암~정상~배바위~작은굴목재~보리밥집~선암사굴목재~선암사 방향이 추천할 만하다. 아침 산행 시작이 오전 11시경으로 크게 늦어졌다면 모를까, 선암사~보리밥집 간은 2.5km에 1시간30분 남짓밖에 걸리지 않아서 보리밥집 방향으로 먼저 가면 점심식사가 너무 일러진다.

   송광사 기점 코스라면 송광사~피아골~연산봉 사거리~장박골 삼거리~장군봉~작은굴목재~선암사굴목재~보리밥집~송광사굴목재~홍골~송광사가 최상이다. 이 코스는 선암사를 기점으로 할 때보다 한결 길어서 큼직한 장산의 멋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다.

   요즈음 단체 산행객들이 선호하는 기점 중 하나가 조계산 북쪽 저 위의 접치다. 이곳에서는 문화재관람료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호남정맥 줄기를 따라 길게 내리 걸어 정상~선암사굴목재를 지나 보리밥집에 들렀다가 선암사나 송광사로 내려가는 이 길은 주로 내리막이면서도 조계산의 장대한 멋, 보리밥 맛, 대찰 등을 고루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날로 인기가 높아가고 있다.

   조계산에는 그외 탐방객이 많은 만큼 수많은 갈래길이 있다. 그러나 위에 언급한 등산로 이외엔 안내판이 설치돼 있지 않으므로 섣불리 들어서지 않는 것이 좋다. 급경사의 낭떠러지 같은 것은 거의 없는 산이지만, 덩치가 워낙 커서 길을 잘못 들면 주등산로로 빠져나오기까지 오랜 시간 고생해야 한다.

 

   ※선암사 기점

선암사~대각암~정상~배바위~큰굴목재~보리밥집~선암사

   선암사 집단시설지구를 출발, 승선교 옆을 지나 선암사 경내로 들어서면 삼인당이라는 달걀 모양의 길쭉한 연못가에 다다른다. 그 앞 불교용품 매점 오른쪽 옆의 비포장 찻길로 50m쯤 올라가면 두 갈래로 찻길이 갈라지는데, 굵은 나무기둥에 '대각암 150m→' 푯말이 부착돼 있다. 이를 따르면 곧 대각암 올라가는 길목이 나온다. '장군봉 2.7km, 작은굴목재 1.9km' 팻말이 선 소로를 따라 올라가면 곧 대각암으로 이어진 붉은 콘크리트 포장 찻길로 올라선다. 옆에 아름드리 삼나무가 보기 좋게 숲을 이루고 있다.

   마애여래입상 앞을 지나 5분쯤 오르면 곧 앞이 툭 트이며 조계산 정상 능선을 등 뒤에 진 대각암이 바라뵌다. 암자와 100m쯤 거리를 둔 이곳에서 우측의 찻길은 암자 앞으로 가는 길이며, 등산로는 왼쪽이다.

   왼쪽 길로 조금 가면 순천산악회가 세운 스테인리스 팻말이 나온다. 이 팻말을 따라 50m 가면 길이 나뉜다. '←비로암, 장군봉→' 팻말이 선 이곳에서 왼쪽으로 가면 비로암에 이어 작은굴목재로 올라서며, 우측이 장군봉으로 직등하는 길이다.

   우측 길은 대각암 옆의 가늘고 긴 대나무가 무성한 숲을 지나 서서히 능선 사면으로 붙는다. 길은 넓고 뚜렷하며 경사가 급한 곳에는 철도 침목 같은 목재로 계단을 만들어 두었다.

   대각암을 떠난지 30분 뒤 능선 위의 작은 공터에 다다른다. 공터에 올라서자마자 눈 앞에 높직한 축대가 바라뵈는데, 이곳도 과거엔 작은 암자라도 있었던 곳 같다(좌표 N 34° 59′ 53.0″ E 127° 19′ 27″). 이후 길은 왼쪽으로 주욱 산사면을 가로질러 나아간다. 작은 너덜겅도 지나고, 평일이면 길이 한적하기 이를 데 없어 나무를 쪼는 딱따구리 부부를 만나게도 된다.

   작은 공터 이후 20분쯤 지난 뒤 아까보다 훨씬 넓은 옛 절터에 다다른다(좌표 N 34° 59′ 50.0″ E 127° 19′ 12″). 작은 돌담 잔해와 수많은 기와 편이 경사면과 경계를 이룬 석축 위에 즐비한 곳이다. 굵은 노거수들이 그늘을 드리워주는 이곳은 거의 모든 등산객들이 쉬어가는 쉼터로, 조망이 트이는 쪽에는 자연석으로 간이 식탁을 만들어두기도 했다. 정상쪽 계단길목 바로 옆에는 바가지가 놓인 샘터가 있으나 겨울이어선지 물은 말라붙어 있다. 샘터 우측 옆 걔단길 이외, 왼쪽 옆으로는 급경사 소로가 또한 나 있는데, 두 길은 나중에 만난다.

   절터 이후 꾸준히 15분쯤 오르면 이윽고 정상. 정상에는 '장군봉 884m'라 쓰인 높이 50cm쯤 되는 검은 돌비석이 서 있다. 정상은 비록 두루뭉실한 토산 둔덕 같지만 남쪽과 서쪽으로는 숲이 없어 조망이 시원스럽다.

   정상에서는 4가닥의 등산로가 갈라져 나가고 있다. 북쪽의 접치 방면, 남쪽 선암사굴목재쪽, 동쪽으로 방금 올라온 대각암쪽, 그리고 소장군봉쪽 길이 그것이다. 이중 소장군봉 길은 통행이 별로 많지 않아 족적이 희미하며, 안내 팻말도 붙어 있지 않다. 다만 20m 저 아래 쪽에 '산불조심' 플래카드가 걸려 있을 뿐이다.

   정상 안내팻말엔 '장박골 1.8km, 선암사 2.7km, 작은굴목재 0.8km, 큰굴목재 1.8km'로 씌어 있다. 여기서 장박골 삼거리로 하여 빙 돌 수도 있지만, 별다른 경관이 없으므로 배바위가 있는 남쪽 길을 내려가도록 한다. 바윗돌들이 드러난 경사가 다소 급한 길을 따라 내려가노라면 조계산 최고의 조망처인 배바위에 다다른다.

   이 배바위엔 조선조 숙종 때 선암사를 중창한 호암 스님의 전설이 전해진다. 호암이란 당호는 그의 스승이 선암사를 지키라는 뜻으로 내려준 것으로, 호암은 스승과의 다짐을 이루기 위해 배바위에 올라 백일기도를 드렸으나 아무 효험이 없자 바위 아래로 몸을 던졌고, 이때 관음보살이 그를 받아 안아주었다고 한다. 그때 그가 친견한 관음보살상을 조성, 선암사 원통전에 모셨다고 하며, 그 보살상이 영험하여 정조대왕도 여기서 기도를 드려 순조를 얻었다는 전설이 있다.

   배바위는 실제로 몸을 던졌다가는 큰일 날 절벽이다. 그 위에 올라섰다가 내려오려면 다소간 암벽을 탈줄 알아야 한다.

   배바위 오른쪽 옆의 돌이 섞인 급경사 길을 내려가면 작은굴목재. 왼쪽으로 대각암과 비석삼거리로 가는 길이 나 있다. 보리밥집에 들르지 않고 조계산 고유의 조용한 산중 분위기를 맛보며 산행을 일찍 끝내고 싶다면 이 길로 내려가도록 한다(작은굴목재~대각암~선암사~설명 참조).

  작은굴목재에서 완경사 능선길을 따라 664m봉을 넘어가면 선암사굴목재(큰굴목재)다. 사거리 길목으로, 정남쪽은 호남정맥 종주로다. 여기 팻말엔 /정상 1.5km'이고 아까의 정상 팻말에 이 큰굴목재까지 1.8km라 씌어 있는 등 조계산 팻말의 거리 수치는 썩 맏을만하지 못하다.

   큰굴목재에서 송광사 방면으로 널찍한 계단길을 따라 10분쯤 내려가 나무다리를 건너면 큼직한 화장실에 이어 윗보리밥집이 나온다. 윗보리밥집(061-754-3756)은 주요 길목에 위치, 휴일 점심 때는 시장바닥 같다. 수십 개의 평상들이 손님들로 꽉 차며, 식판을 들고 줄을 서서 어떤 때는 30분~1시간 기다려야 겨우 밥을 먹을 수 있다.

   여기서 남쪽 계곡길을 따라 100m쯤 내려가면 아래보리밥집이 있는데, 사람들이 그 존재를 잘 몰라서 윗집보다 한결 한적하다. 이틀 걸러 두 집 음식을 맛본 결과 음식의 질도 아래집이 나았다(061-754-4170).

   점심 식사 후 큰굴목재까지 다시 올라가려면 다소 숨이 가쁘다. 큰굴목재에서 선암사골을 따라 내려가는 길은 완경사에 넓어서 걸음이 편하다. 다만 그늘진 골이라 겨울에는 빙판이 심하게 지고, 3월까지도 얼음이 군데군데 남아 있으므로 반드시 아이젠을 준비해야 한다.

   삼나무 숲지대 오른쪽 옆을 지나면 곧 큰길을 만나며, 큼직한 계곡을 건너면 곧 '비석삼거리' 팻말 지나 선암사에 다다른다. 큰굴목재에서 선암사까지는 1시간이면 충분하다.

작은굴목재~비로암~대각암~선암사

   작은굴목재에서 동쪽으로 10분쯤 내려가면 길이 두 가닥으로 나뉜다. '비로암~선암사 2.2km, 비석거리~선암사 2.1km'란 팻말대로 거리는 비슷하지만, 비석거리쪽 길이 한결 넓고 사람 왕래도 많다. 그러나 깊은 산중의 오롯한 정취가 살아 있는 비로암길을 권한다.

   비로암길은 길게 왼쪽으로 산비탈을 가로지른다. 작은 지능선과 작은 너덜겅도 지나며, 맞은편 산릉의 실루엣이 수목 줄기 사이로 바라뵈기도 하는 등 정감 넘치는 분위기로 이어진다. 길도 좁아서 어딘가 깊은 산중에 들어선 느낌이 여실하다.

   갈림길목에서 15분쯤 걸으면 역시 깊은 산중의 외로운 암자답게 단출하고도 정겨운 비로암에 다다른다. 스남 한 분이 수도 중인 작은 암자다. 과거엔 9칸의 큰 암자였으며 50명의 스님이 있었다고 하며, 이 상비로암 외에 하비로암도 있었다고 한다.

   하산로는 암자의 축대 아래로 나 있다. 100m쯤 내려가 돌탑 아래를 지나면 정갈한 샘터가 있으며, 한겨울인 2월에도 가늘게나마 물줄기가 흐르고 있었다. 20m의 긴 바윗길을 지나면 산죽밭 위로 굵은 굴참나무들이 무성하게 숲을 이룬 곳을 지난다. 햇살이 비추자, 그 독특한 분위기에 절로 걸음이 멈춰진다. 그후 물이 흐르는 작은 계곡을 지나면 곧 아까 출발했던 곳인 대각암 앞 삼거리에 내려선다.

   선암사를 출발, 대각암~절터~장군봉~작은굴목재~비로암~대각암으로 빙 돌아 내려오는 데는 쉬는 시간을 포함해 4~5시간 잡으면 넉넉하다.

 

※송광사 기점

송광사~피아골~연산봉 사거리~장박골 삼거리~장군봉~큰굴목재~보리밥집~홍골~송광사

   송광사 시설지구의 주차장에서 내려 상가를 지나면 곧 매표소다. 매표소에서도 송광사 본찰까지는 10분 남짓 노거수가 우거진 분위기 좋은 산책로를 따른다.

   송광사 남쪽 경계를 따라 가노라면 우측으로 작은 '등산로' 팻말이 보인다. 대숲 사이의 넓은 길을 따라 들어가면 조계산 등산로 안내도가 서 있다. 이 안내도를 지나자마자 직진하지 말고 왼쪽의 계곡길로 내려서야 한다. 짧은 다리로 계곡을 건너면 이윽고 산중 등산로다. 등산로는 넓게 잘 나 있다. 물을 건너야 하는 곳마다엔 튼튼한 나무다리가 놓여 있다.

   송광사를 떠나 1시간쯤 천천히 걸으면 이윽고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좌표 N 34° 59′ 33.0″ E 127° 17′ 14″). 우측은 왕래가 잦은 홍골길, 왼쪽이 한적한 분위기의 피아골길이다.

   피아골길은 수없이 계류를 양쪽으로 건너며 이어진다. 나무다리도 없는 원상 그대로의 계곡 풍치가 살아남은 계곡이다. 은색이 도는 미끈한 활엽수림이 계곡을 채우고 있어 느낌이 정갈하다.

   홍골 갈림길목을 떠난 지 1시간30분 정도면 이윽고 연산봉 사거리에 올라선다. 여기서 왼쪽 장박골 삼거리로 방향을 잡는다. 곧장 동쪽으로 내려서서 '장군봉계곡 삼거리'로 하여 장군봉으로 곧장 치달아 오를 수도 있지만, 너무 성급한 맛이 있다. 정남쪽 송광사굴목재로 하여 보리밥집을 먼저 들를 수도 있지만, 식후 장군봉 오름길이 너무 숨가쁘다. 그러므로 장박골 삼거리~장군봉~선암사굴목재~보리밥집의 순서를 잡도록 한다.

   왼쪽으로 밋밋한 완경사 능선길을 따라 40분쯤 걸어 오르면 장박골 삼거리. 우측 계곡길로 내려서지 말고 곧장 능선길을 따르면 접치 갈림길목을 지나 장군봉 정상에 선다(장박골 삼거리에서 약 1시간 소요).

   정상에서 큰굴목재(선암사굴목재)까지는 선암사 기점 코스 설명을 참조한다. 조계산 최고의 조망처인 배바위 꼭대기 구경 후 우측 급경사 우회로를 따라 내려가면 작은굴목재가 나온다. 여기서 곧장 남진, 완경사 능선길을 따라 664m봉을 넘어가면 선암사굴목재(큰굴목재) 사거리다.

   큰굴목재에서 송광사 방면으로 널찍한 계단길을 따라 10분쯤 내려가 나무다리를 건너면 큼직한 화장실에 이어 윗보리밥집이 나온다. 보리밥집에서 중식 후 서쪽 위로 난 길을 따라가면 안에 평상을 들인 한편 남향 한쪽만 틔워둔 제법 큼직한 사각형 대피소가 나온다. 앞에 화장실도 있어 비바람이 칠 때는 요긴할 곳이다. 이곳은 송광사~선암사 간 6.6km의 2분의 1 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대피소에서 완경사 길로 20분 거리인 송광사굴목재는 널찍한 고갯마루여서 벤치도 몇 개 갖추어 두었다. 이 고개를 떠나 홍골로 내려서자마자 대피소가 있는데, 아까의 것보다 한결 작은 팔각정 모양이다.

   홍골길은 단순하여 오른쪽에 이어 왼쪽으로 계곡을 한 번 건널 뿐으로, 송광사굴목재에서 40분쯤 부지런히 걸으면 피아골 삼거리에 다다른다. 이렇게 장군봉을 빙 돌아 다시 송광사까지 가는 데는 12km 남짓한 긴 길이어서 점심시간 포함해 6~7시간은 잡아야 무리 없다.

장박골 삼거리~장군봉계곡 삼거리~보리밥집

   능선 바람이 너무 세다거나, 아니면 산중 계곡의 아늑한 봄기운을 느끼고 싶을 때 이 길을 택해 내려가 본다. 선암사에서 장군봉으로 곧장 올라간 뒤, 장박골 삼거리로 돌아 이 계곡길을 따라 보리밥집으로 내려가 보도록 한다. 양쪽으로 능선이 담장처럼 늘어서서 초여름처럼 푸근한 기운이 느껴질 것이다.

   장박골 삼거리엔 연산 사거리, 장군봉 등 각 지점까지의 거리가 표기된 이정표가 서 있다. 여기서 정남쪽 게곡길로 내려선다. 곧 널찍하고 아늑한, 과거엔 큰 암자가 서 있었다는 평지로 내려서는데, 단체 등산객들인 경우 여기서 점심 도시락을 펴면 안성마춤일 것 같다.

   30분쯤 내려가 제법 소리져 흐르는 계류를 왼쪽으로 건너면 '장박골' 팻말이 서 있으며, 거기서 50m 더 내려가면 '장군봉계곡 삼거리'다. 여기서 오측 길로 가면 연산 사거리로 올라선다. 예서 또 5분쯤 내려가면 또한 삼거리로서, 작은굴목재로 하여 장군봉 정상으로 갈 수도 있다. 몹시 복잡할 것 같지만 각 지점마다 있는 안내팻말을 참고하여 목적지로 가면 된다.

   삼거리에서 보리밥집으로 가는 길도 여전히 뚜렷하고 편하다. 골을 왼쪽 저 아래로 두고 산비탈을 길게 가로질러 가노라면 윗보리밥집 옆의 큼직한 화장실 앞으로 내려서게 된다.

 

※접치 기점

접치~장군봉

   접치는 조계산 북쪽에 있다. 22번 국도를 직선화 하며 남겨진 곡선 구간이 주차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국도를 따라 서진하다가 왼쪽의 그 폐도로 구간으로 들어갈 때는 앞쪽에서 달려오는 차를 극히 조심해야 한다. 또한 황색 실선을 넘는 것이므로 교통법규 위반이 됨을 알아야 한다. 좀더 가서 차를 돌려오는 것이 원칙이다.

   접치는 호남정맥 종주의 주요 지점이기도 하여 등산로 입구엔 표지리본이 여럿 매달려 있다. 산으로 접어들어 한동안은 팔뚝만한 굵기의 소나무숲을 지난다. 계단 없는 완경사 길로만 연이어지고, 저 멀리 정상 장군봉이 바라뵐 즈음부터는 능선이 좁아지며 산죽과 참나무숲으로 변한다.

   산행 후 1시간쯤 지나 자그마한 공터에 다다라 한숨 돌린 뒤 10여 분 더 가서 무덤을 지나면 급경사로 치달아오른다. 왼쪽 저편 멀리로는 반야봉에서 세석으로 뻗어간 지리산 능선이 바라뵈기도 한다. 길은 거의 외길이며 뚜렷하여 헷갈릴 염려가 별로 없다.

   무덤 지나 15분쯤 가면 경사가 죽으며 산죽이 빙 둘러 아늑한 분위기를 이룬 작은 공터에 다다른다. 저 앞에 장군봉이 빤히 뵈고, 우측으로는 장박골 삼거리 방면의 갈림길이 갈라져 나가는 곳이다. 이 장박골 삼거리로 가는 이는 거의 없으며, 기왕 왔으니 정상은 밟아야 한다면서 십중팔구는 왼쪽 장군봉으로 향하게 된다. 안부로 내려갔다가 오르면 곧 조계산 상봉인 장군봉 정상이다.

   접치에서 시작해 장군봉 이른 후 선택의 여지는 여러 갈래지만, 역시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쪽으로 내려가 보리밥집부터 들른 뒤 송광사 선암사로 하산한다. 하산 거리가 짧기로는 선암사쪽이지만, 다소 길어도 늦게까지 훤히 해가 남아 있는 길은 물론 서향인 송광사쪽 길이다.

   *교통

   서울~순천 열차편 서울역에서 약 1시간 간격(06:35~23:50)으로 호남선 열차 운행.

   서울~순천 고속버스 강남터미널에서 30~40분 간격(06:10~18:00)으로 운행. 요금 16,200원. 금호고속 전화 02-530-6211, 천일고속 전화 02-535-3166, 순천고속버스터미널 전화 061-752-2863.

   순천~송광사 시내버스 순천역을 출발해 공용정류장을 경유하는 송광사행 111번 좌석버스가 하루 21회(06:00~18:40) 운행.

   순천~선암사 시내버스 순천역 발 공용정류장 경유 선암사행 1번 시내버스가 하루 32회(05:50~22:30) 운행.

   *숙박

   순천시내에 동경장호텔(061-741-6500), 아젤리아호텔(754-6000), 노블레스호텔(722-7730), 리버사이드여관(745-5535), 뉴코아장여관(742-3630), 그레이스모텔(744-1691) 등 수많은 숙박업소가 있다.

   송광사 시설지구에 금광여관(755-2063), 송광여관(755-2125), 선암사 시설지구에 선암장여관(754-5666), 관광장여관(754-5773), 새조계산장(751-9200), 초원장(754-5811) 등이 있다.

   순천시 홈페이지 http://www.suncheon.jeonnam.kr

   *송광사 절로 이루어진 마을 같은 대찰

   송광사는 말이 절이지, 워낙 규모가 크고 당우가 많아서 절로 이루어진 마을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의 대찰이다. 실제로 돌아볼라치면 작은 마을 하나 순례하는 느낌이다. 그러나 어디 크기로만 말할 절인가. 합천 해인사, 양산 통도사와 더불어 승보사찰로서 삼보사찰의 하나다. 고려시대에 보조국사 지눌이 정혜결사를 벌인 이래 16국사를 배출했으며, 외국인 승려가 수도하는 국제선원이기도 하다.

   지눌의 중창 이후 여러 번 화재로 불탔으며, 현재의 당우 30여 동은 1984~1988년까지 8차에 걸친 중창으로 세워졌다. 이 절은 특히 목조문화재가 많은데, 16국사 영정을 모신 국사전, 지눌의 원불인 목조삼존불감, 고려고종제서 등 국보 3점을 비롯해 약사전, 영산전, 대반열반경소, 16국사 진영 등 보물 16점, 천연기념물인 쌍향수 등 지방문화재 12점까지 합해 30점이 넘는 소중한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다.

   송광사 홈페이지 http://www.songgwangsa.org

   *선암사 아름답기로 으뜸인 천태종의 본산

   선암사는 문화재 수나 당우의 수에서는 송광사만 못하지만 산세와 어울린 조화로움에서는 한결 낫다는 느낌이다. 신라 헌강왕 때 도선국사가 대가람을 일으켜 선암사 이름하고 호남의 3암사 중 수찰을 삼았다. 그후 고려 선종 때 대각국사 의천이 중창하며 천태종의 본산이 되었다.

   정유재란 때 거의 모든 건물이 소실되고 말았고, 조선 중기에 들어 침굉이 많은 당우들을 세웠다. 6.25 이전에는 불각 9동을 비롯해 무려 65동의 건물이 있었으나 또한 전쟁 중 불타버려 이제는 그 절반 정도만 남았으니 병화가 유난히 잦았던 절이다.

   그래도 아름드리 노거수와 맑고 아름다운 계곡 등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선암사 최고의 명물 중 하나가 승선교인데, 현재 대대적인 보수작업 중이다.

   *낙안읍성 민속마을 최근 지척에 낙안온천 개장으로 인기 높아져

   수많은 사극의 무대가 된 곳. 그래서 그 안에 들면 잠시나마 세월을 수백 년 거슬러 오르거나 아니면 역사 무대 가운데 든 듯한 착각이 들게 하는 재미난 사적지이자 살아있는 민속마을이다. 조계산을 찾았다면 꼭 들러볼 만한 곳이다.

   조선 태조 때 침입한 왜구에 맞서 김빈일 장군이 의병을 일으켜 토성을 쌓아 방어에 나선 적이 있으며, 300년 후인 인조 4년(1626년) 그 유명한 임경업 장군이 낙안군수로 부임하여 현재의 석성으로 중수했다.

   조선시대의 성과 동헌, 객사, 초가집 등이 원형대로 복원돼 있으며, 사적 제302호로 지정되었다. 평야지대 가운데에 모서리 길이가 각각 1~2m 되게 돌을 다듬어 높이 4m, 너비 3~4m로 쌓았으며, 총 길이는 1,410m, 68,000여 평 넓이라고 한다. 지금도 성안에는 100여 세대가 실제 생활하고 있다.

   음식 질이 좀 처지지만 성내엔 음식점이 세 군데 있으며, 그외 여러 민속 공예품을 파는 매점들도 들어서 있다. 최근 지척에 낙안온천이 개장해 찾는 사람이 한결 많아졌다.

   읍성 입장료 1,100원. 낙안온천 전화 061-753-0035, 입욕료 5,000원.

   *금죽헌미술관 무형문화재 낙죽장 장인의 공예품 전시

   송광사 입구에 가서는 반드시 들러볼 만한 곳 중의 하나가 매표소 바로 안쪽의 금죽헌미술관이다. 중요무형문화재 낙죽장 장인인 김기찬 관장(51)이 만든 우리 고유의 전통 나무빗을 구경하고 살 수 있다. 무늬에 멋을 낸 것으로 세트에 10만원을 호가하는 것도 있지만 7,000~10,000원 하는 수수한 것도 괜찮다. 대추, 살구, 박달나무 등으로 만든 천연 빗이니 정전기가 일체 일지 않아서 은근히 인기가 있다.

   네 차레에 걸쳐 미국 순회전을 했고, 2000년 독일 하노버 엑스포 등에 작품을 출품해 찬사를 받기도 했던 김관장은 무엇 한 가지에 빠지면 끝을 보고 마는 성격. 최는 그는 홍채(수정체 주위를 둘러싸는 막) 건강진단법에 열중해 있는데, 손님들에게 무료로 놀라울 정도로 높은 확률의 건강진단을 해주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기도 하다. 전화 061-755-2105.

   취재 협조 순천산악회 허갑열(대선련 전남연맹부회장), 이근철(순천산악회장), 나상열, 장원술 회원.

   지도보기

   참조:조계산

   참조:조계산 선암사

   참조:조계산르포

   참조:봄나들이산행 조계산

   참조:조계산 한겨울산행

   참조:순천 조계산 & 사찰림

   참조:귀성길에 오를 만한 고속도로변 명산 조계산

   참조:거목산행 가이드 조계산 삼나무숲

   참조:선암사~비로암~작은굴목재~배바위~장군봉~접치 분기점~연산봉~토다리~송광사

   조계산지도보기

   참조:조계산 굴목재길

   참조:조계산 코스가이드

참고: 월간<산> 2004년 3월호

Copyright©2004 JOONG-YOUNG,PARK I'll Right Reserved.